스즈메의 문단속_책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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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참 좋아한다.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시간을 달리는 소녀, 늑대아이, 언어의 정원,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등 특유 일본 애니메이션의 색감과 스토리의 구성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항상 이런 애니메이션들은 영화, 영상으로만 봤었다. 책만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색감을 보지 못할뿐더러, 아무래도 판타지 요소가 많다 보니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스즈메의 문단속
스즈메의 문단속

또 다른 새로운 책을 발견하기 위해 밀리의 서재에 들어갔다. 베스트셀러 칸에 '스즈메의 문단속'이 있었다. 어렸을 때는 소설책이나 만화책을 참 많이 좋아했었다. 바닷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판타지 소설인데 내 기억으로 약 10권까지 있었다, 나름 바다제국의 배경으로 튼튼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와 같은 정말 공부하는 데에 도움이 1도 되지 않는 책들을 제일 중요한 시기인 고등학생 때 참 많이 읽었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면서 소설이나 만화처럼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이야기를 읽는 게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 때가 많다. 초 경쟁사회에서 하나라도 더 배워도 모자랄 판에, 있지도 않은 이야기들, 상상 속의 이야기를 읽으면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라는 착각의 조바심이 나도 모르게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오랜만에 소설을 읽어보고 싶었다. 복잡하고 바쁜 생각들은 잠시 내려놓고, 잔잔하지만 스토리가 재밌어 술술 읽어지는 그런 책을 읽고 싶었다.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원작소설이라는 것을 보고 주저 않고 바로 읽기 시작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를 너무나도 재밌게 봤었기 때문이다. 특히 '너의 이름은'은 정말 반전뿐만 아니라, 스토리가 너무 마음에 들었던 애니메이션 중에 하나다. 이 '스즈메의 문단속'을 더 찾아보면서 알게 된 내용인데, '너의 이름은'에서 떨어졌던 혜성이 동일본 대지진의 재앙을 표현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이 소설 또한 동일본 대지진을 배경으로, 요즘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문단속'이 세 소설의 흐름이 동일본 대지진의 한 흐름을 나열한 것이라는 것이었다니. 솔직히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는 그냥 주인공들의 감정에만 신경 썼지, 배경을 보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 '스즈메의 문단속' 책을 읽는 중에는, 남자 주인공을 의자로 바꿔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왜 잘생긴 남자 주인공을 굳이 의자로 바꿨을까? 그 답을 감독의 의도에서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두 주인공 사이의 감정이나 잘생긴 남자 주인공 얼굴에 집중이 되는 것이 아닌(마치 예전에 나처럼,,,), 이 소설의 배경에 우리 독자들이 더욱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든 감독만의 장치였던 것이다. 점점 지워지고 있는 그날의 슬픈 기억이 잊히기 않기 위해, 직접 겪어보지 못했던 젊은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책 표지의 아름다운 그림체와 생동감 있는 글의 문어체와는 달리, 자연재해의 아픔을 잊지 않으려고 했던 독의 의도가 너무나도 감동적이고, 또 실제로 겪었던 사람들에게는 힘과 용기를 주기 위함이라는 것도 마음이 굉장히 따뜻해졌다.

스즈메의 문단속 중 한 장면
공포와 폐허가 된 공간에 대한 애도

최근, 전 세계 곳곳에서 지진, 폭설, 토네이도, 쓰나미 등 사람의 목숨까지도 앗아갈 만큼 무서운 자연재해가 많이 일어났었다. 직접 겪어보지 못한 나로서 그 사람들의 고통은 얼마나 큰지 감히 가늠할 수도 없겠다. 우리의 힘만으론 감당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자연재해 아니겠는가. 소중한 가족과 집, 모든 것을 앗아간 진으로 인해 그날의 슬픔을 안고 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전할 수 있을까?

 

미미즈(지진)를 막기위해 고군분투하며 문을 닫으려고 노력하는 주인공 스즈메와 소타. 이 두 명은 소설 속 허구의 인물이지만, 실제로도 이런 자연재해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분명 많을 것이다. 이름 모를 그분들 수고로움의 의해 우리가 안전하게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따뜻한 스토리인줄만 알고 읽기 시작한 '스즈메의 문단속'. 감독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더욱 따뜻하고 의미 있는 책이었다. 아직 애니메이션으로 보기 전이라, 책에서 표현된 것들이 영상으로 어떻게 담겼을지 너무 궁금하다. 몇몇 영화관에서 상영하고 있던데, 한글 자막이 나오는 극장을 찾아서 보러 가야겠다. 영화 또한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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