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한국 결혼식 준비하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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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 결혼식 준비를 하려고 하니 굉장히 막막했었습니다. 웨딩플래너를 언제부터 알아봐야 하는지도 몰랐고, 장소 및 일정 등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냥 막연하게 2023년은 넘지 말자라고만 생각을 했으니,,, 처음 웨딩플래너에게 연락을 한건 2023년 4월이었습니다. 강남에 있다는 유명한 웨딩플래너에게 연락을 하니까, 당장 예식장도 많이 없으니 계약금을 미리 내고 스드메를 바로 예약하라고 했습니다. 계약금은 30만 원이고, 스드메의 총비용은 160만 원이었다(계약금 30만 원 포함). 저는 당장이라도 계약금을 보내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계약금을 보내기 전에, 우선 예식장을 알아보지 못해서 엄마랑 상의를 먼저 했는데, 엄마는 계약금을 미리 보내는 것을 극구 반대했었습니다. 역시!!! 엄마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는 말이 맞는 말이었습니다. 엄마 말 듣기를 굉장히 잘했다는 생각이 아직까지도 듭니다. 왜냐면 결국 결혼식을 서울이 아닌, 저의 집 근처도 아닌, 머나먼 대구에서 했기 때문입니다.

 

시간은 점점 흘러, 9월 즈음이 되어서야 예식장을 잡았습니다. 날짜는 12월 2일. 장소는 대구에 있는 예식장이었습니다. 다행히 예식장에서 드레스와 메이크업을 해주는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사실 드레스와 메이크업은 서울에서 받는 걸로 결정하고 싶었지만, 요즘은 워낙 모든 퀄리티가 높아져서 다 비슷비슷하게 예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미 이야기를 나누었었던 웨딩플래너는 드레스의 가봉을 위해 내가 한국에 한 번은 미리 들어와야 한다고 했었던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그러려면 비행기를 2번이나 타야 하는데, 요새 비행기값이 얼마인가,,, 경제적으로 너무 비효율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대구 예식장은 결혼식 2주 전에 미리 와서 드레스를 고르기만 하면 된다고 하는 게 아닌가요?! 요즘 드레스는 끈 조절이 가능한 코르셋 타입의 드레스로, 가봉이 필요 없다고 합니다. 저에겐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제가 당장 미국에서 해야 할 일은 살 빼는 일밖에 없었습니다!

웨딩드레스
코르셋스타일 웨딩드레스

 

예식 시간도 남아 있는 시간으로 잡았었습니다. 그리하여 가장 애매한 오후 2시 20분. 오후 2시 20분이라는 시간에도 결혼식을 하는지 몰랐네요... 예식장도 남아 있는 식장으로 잡았습니다. 그리하여 칼라디움 예식장에서 가장 큰 홀인 콘서트홀. 몇 명이 올지도 모르는데 가장 애매한 시간에 가장 큰 홀로 빌렸습니다...ㅎㅎ 텅텅 비어보이진 않을까 걱정을 정말 많이 했었습니다.

대구 칼라디움 예식장
대구 칼라디움 예식장

 

우선 미국에서 결정하기 가장 힘들었던 것은 스튜디오 촬영이었습니다. 스튜디오 촬영을 미국에서 스냅으로 찍어야 할지, 한국에서 찍어야 할지 결정을 먼저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청첩장에 들어가야 하는 스튜디오 촬영 사진이 한 달 후에야 나오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결혼식 한 달 전에 한국을 가서 스튜디오 촬영을 해야 하는데, 최대 3주밖에 휴가가 없었던 나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급하게 엘에이 스냅촬영, 미국 내 스냅촬영을 알아보았지만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촬영비, 출장비, 의상, 메이크업, 장소 등 야외에서 스냅촬영을 결정하는 것은 정말 어렵고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청첩장에 들어갈 사진은 과감하게 포기했습니다. 결국 사진 없어도 모바일청첩장을 제작해 주는 곳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사진이 아무것도 없으니 너무 허전했습니다. 그래서 2019년도에 영주권 인터뷰를 위해 찍어두었던 사진 몇 장을 보정 요청과 함께 모바일 청첩장 제작을 하였습니다.

(모바일 청첩장 제작문의는 댓글로)

모바일 청첩장
사진없는 모바일청첩장

결국 스드메에서 스튜디오 촬영을 과감하게 포기했습니다. 웨딩사진 없는 결혼식으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웨딩사진이 없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지만, 결혼식에서도 충분히 사진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하나같이 모든 결혼선배님들의 답은 '웨딩사진, 나중에 어딨는지 찾지도 않는다'였습니다. 그렇게 얼추 갖춰진 모바일 청첩장은 결혼식 한 달 전에 나왔고, 그때부터 한국에 있는 사람들에게 카톡으로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종이 청첩장은 엄마가 한국에서 100장만 맞춰서 각 부모님들 지인에게 뿌렸지만, 사실 100장이 필요가 없었습니다. 요즘 어른들도 다 모바일 청첩장으로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나중에 집에 가서 보니 굉장히 많이 남아있었습니다.ㅜㅜ 그렇게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미국에서는 피로연을 간소하게 열어야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피로연도 굉장히 문제였습니다. 인원수를 몇 명으로 맞출 것이며, 장소는 또 어디로 구해야 하는가,,,? 일단 한국으로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50명으로 잡고 장소도 집 근처에 Brewery로 예약을 해두었습니다. 하지만 피로연을 너무 얕보았었던 저 자신에게 후회가 되었습니다. 50명이 60명이 되고, 60명이 70명이 되고,,, 인원이 총 120명으로 늘어나는 순간, 간소했던 피로연은 하나의 큰 이벤트가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미국에서 한국 결혼식 준비하고, 한국에서 미국 피로연 준비하고. 진짜 바쁘게 흘러갔던 2023년 겨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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